서준이를 기억해요. 2020년 여름, 홍대 클럽 근처 포차에서. 처음 만났는데 30분 만에 테이블 전체가 서준이 이야기에 빠져들었어요. 손짓, 목소리 톤, 타이밍 — 개그맨처럼 계산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. 소주 한 병이 비기 전에 인스타 맞팔까지 끝났어요.
서준이의 라이프 패스 넘버. 3.
당연하다 싶었어요.
3이라는 에너지
수비학에서 3은 표현의 숫자예요. 말, 글, 그림, 음악, 몸짓 — 뭐든 안에 있는 걸 밖으로 내보내는 숫자. 1이 시작하고, 2가 조율하고, 3이 전달해요. 수비학의 스피커 역할.
한국에서 3의 에너지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? 예능이에요. 인기 아이돌 중에서 "예능감 있다"고 불리는 사람. 팟캐스트 진행자 중에서 청취자가 "이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"고 하는 사람. 회사 회식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그 사람 — 다 3의 후보예요.
3이 있는 술자리는 2차가 당연해요. 3이 빠진 술자리는 10시 반에 끝나요. 진짜로.
빛나는 부분
소통 능력. 같은 이야기를 해도 3이 하면 달라요. 뭐랄까 — 양념이 달라요. 팩트에 감정을 얹고, 감정에 리듬을 얹고, 리듬에 웃음을 얹어요. 프레젠테이션을 해도, 문자를 보내도, 인스타 캡션을 써도 3의 것은 다른 사람과 결이 다르게 느껴져요.
창의성. 3은 뭔가를 만들 때 제일 살아있어요. 꼭 예술이 아니어도. 보고서 형식을 독특하게 바꾼다든가, 팀 이름을 기가 막히게 짓는다든가, SNS 콘텐츠를 감각적으로 뽑아낸다든가. 정해진 틀 안에서도 3은 자기만의 색을 입혀요.
적응력. 어떤 그룹에 넣어도 3은 몇 분 안에 자리를 잡아요. 회사 신입 환영회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첫 번째 사람이 3이에요.
그림자 — 웃음 뒤에 숨긴 것
여기가 핵심이에요.
3의 유머는 방패예요. 웃기면 깊은 대화를 안 해도 되거든요. 분위기가 진지해지려 하면 — 농담으로 비틀어요. "야 그만 무거운 얘기 하고 2차 가자!" 주변 사람들은 "쿨하다"고 느껴요. 근데 쿨한 게 아니에요. 감정적으로 깊어지는 게 무서운 거예요.
대학 시절 은서. 과 MT 분위기 메이커. 인스타 팔로워 3만. 스토리 올리면 10분 안에 좋아요 50개. 밝고, 웃기고,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사람. 근데 어느 날 밤 — 2022년 10월이었어요, 기숙사 복도에서 — 은서가 혼자 울고 있었어요. 제가 "왜 그래?" 했더니. "그냥 가끔 아무도 진짜 나를 안 본다는 느낌이 들어."
이게 3의 비극이에요. 무대 위의 자기와 무대 아래의 자기가 너무 달라서 — 본인도 진짜가 뭔지 모르게 돼요. 밖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데, 안에서는 텅 빈 느낌. 3이 혼자 있으면 갑자기 에너지가 빠져요. 마치 플러그를 뽑은 것처럼.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못 하는 거예요. 근데 공연이 끝나면 — 허무해요.
산만함도 그림자예요. 3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. 이번 달에는 그림, 다음 달에는 유튜브, 그다음 달에는 소설. 다 시작하고 다 중간에서 멈춰요. 깊이 파는 게 어려워요. 깊이 파려면 재미없는 구간을 버텨야 하는데 — 3은 재미없는 걸 견디지 못해요.
연애에서의 3
연애 초반은 드라마예요. 재밌고, 로맨틱하고, 매 순간이 이벤트. 3은 데이트를 공연처럼 만들어요. 상대가 빠지는 건 시간문제.
문제는 — 진지해져야 할 때. "우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"라는 말을 3이 들으면 — 본능적으로 주제를 바꾸려 해요. 농담으로 전환하거나, "지금 그런 무거운 얘기 하지 말자"고 하거나. 상대가 감정적으로 다가오면 — 3은 한 발 물러나요.
수연이가 그랬어요. 서울 마포구에서 남자친구랑 2년 사귀었는데. 남자친구가 "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하자"고 할 때마다 — 수연이는 웃으면서 "뭐 그냥 지금처럼 잘 지내면 되지~" 했대요. 근데 "지금처럼"은 진지한 대화를 안 하는 거였거든요. 결국 남자친구가 지쳤어요. "난 네 관객이 아니라 연인인데."
그 말이 수연이를 울렸어요. 정확했으니까.
3에게 필요한 것
웃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. 재밌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. 무대 아래의 자기를 보여줄 수 있는 안전한 공간. 3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객이 아니에요 — 증인이에요. 빛나지 않는 자기까지 인정해주는 사람.
은서가 졸업 후에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. 6개월쯤 됐을 때 만났는데 — 달라져 있었어요. 여전히 웃기고 밝았지만 — 가끔 "나 요즘 좀 우울해"라고 솔직하게 말했어요. 예전 같았으면 절대 안 했을 말. 그게 3의 성장이에요. 빛나지 않는 자기를 보여주는 용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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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은 세상을 밝게 만드는 사람이에요. 근데 자기 안까지 밝히려면 — 다른 종류의 빛이 필요해요. 무대 조명이 아니라, 촛불 같은 거. 조용하고, 따뜻하고, 오래 타는.
서준이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한 건 작년 가을이에요. 요즘 어떠냐고 물었더니 — "요즘 혼자 있는 연습 중이야"라고 했어요. 3이 혼자 있는 연습을 한다니. 그게 뭘 의미하는지 — 3을 아는 사람이면 알 거예요.